안상민 기자(tkdals0914@electimes.com) 입력 2024.09.05 18:35
- 해상그리드산업협회, 5일 국회서 산업 활성화 세미나 개최
- 사실상 금지된 LCR, 국내 기업 육성하려면 우회 방안 필요
- 올해 입찰 로드맵, 단순 저가수주 지양 국익에 도움 ‘호평’
- 산업부 “지난 두 번의 입찰 반성, 정부 정책 지켜봐달라”
올해 10월 예정된 풍력 장기고정가격계약 입찰에서 국산 공급망 활용을 장려하면서도 외교 통상 문제를 야기하지 않는 세부 정책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해상그리드산업협회는 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 구자근 의원과 함께 ‘해상풍력 산업 활성화 방안’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국내 해상풍력 기업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해 공급망의 국산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해상풍력은 대규모 자본이 필요해 진입장벽이 높고 경쟁력이 부족한 기업은 도태되는 승자 독식의 산업이다. 이에 아직 역량이 부족한 국내 공급망 기업을 육성하려면 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자국 공급망 우대정책(LCR;Local Content Requirement)을 도입했던 국가들은 통상 마찰을 우려해 대부분 정책을 철회했다. 영국, 인도를 비롯해 최근까지 LCR을 유지해 온 대만도 EU의 정책 철회 압박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 2022년 국산 부품 비중이 50%를 넘는 사업에 최대 4.9배의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중치를 제공하는 LCR을 도입했지만 채 1년도 되지 않은 지난해 4월 EU의 통상 압박 때문에 폐기한 바 있다.
그러나 확대되는 국내‧외 해상풍력 시장에 대비하기 위해선 국내 공급망 육성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특히 주변국 대비 우수한 제조업 역량을 갖춘 우리나라는 정부 지원을 가미하면 국산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은 “우리나라는 해상풍력 발전이 가장 유망하고 효율적인 친환경 발전설비로 검토되고 있으면서도 산업계 발전과 정부 지원은 더뎌 해외 저가 기자재들이 산업을 교란하고 더 나아가 에너지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며 “산업부에서 올해 입찰에 비가격배점을 확대하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예산결산특별위원회)은 “중국 등 해외기업이 가격 경쟁력과 자금 동원력을 앞세워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데 지난해 1.4GW 규모 해상풍력 장기고정가격계약 입찰에서 모두 터빈이 외국계로 채워졌다”며 “이는 국부 유출뿐 아니라 해저 군사시설과 통신망 등 국가안보와도 직결된 문제인 만큼 적극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LCR 없이 국산 부품 장려하려면

이슬기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해상풍력 경쟁입찰 로드맵의 의의와 국내 산업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발표하며 국산 공급망 육성을 위해 정부 지원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상 문제를 피할 수 있도록 자원 안보와 산업 보건 관점으로 국산 공급망 장려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이 연구원의 분석이다.
먼저 이 연구위원은 공공 R&D를 진행하고 결과물을 사업화로 연계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풍력산업은 터빈을 비롯한 발전기 대형화가 이뤄지고 있지만 국내에선 이 추세를 따라가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때문에 후발주자인 국내 터빈 제조 기업들이 트랙레코드를 쌓을 수 있도록 사업화 단지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산업부는 이미 국내 터빈 기업에 대규모의 R&D를 지원해 왔지만 단순히 기술개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업화로 연계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또 이 연구위원은 최근 대두되고 있는 자원안보와 산업보건 평가 항목을 강화해 국내 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풍황자원 특성에 맞는 설비를 우대하거나 단지 운영 단계에서 고장 발생 시 핵심 부품의 빠른 조달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국산 부품을 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본은 입찰 시 비가격 배점으로 일본 내 제조·조달 역량을 측정하고 있으며 영국은 보건 안전 기준과 작업장 환경을 평가하면서 외국계 공급망을 견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연구위원은 “풍력시장은 학습효과와 규모의 경제가 중요하기 때문에 LCR이 안되더라도 우회 방안으로 우리 공급망을 보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급망 육성 중요성, 산업부‧업계 ‘공감’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조홍종 단국대학교 교수를 좌장으로 ▲남명우 산업부 과장 ▲김범석 제주대학교 교수 ▲김종화 한국풍력에너지학회 풍력산업발전전략위원장 ▲박지웅 두산에너빌리티 팀장 ▲김현도 지오뷰 대표 간 토론이 진행됐다.
김범석 제주대학교 교수는 “이번에 발표된 해상풍력 경쟁입찰 로드맵을 통해 단순한 저가수주를 지양하고 국익에 도움이 되는 사업을 선별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시장에 분명히 전달됐다고 본다. 에너지 안보가 최근 이슈인데 가장 중요한 것은 단지의 안정적인 운영과 전력공급 가용성 유지다. 균형 있는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해외 기업들이 국내에 투자하게 유도하고 고용을 창출하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고 조인트벤처 협력 관계를 통해 국내 기업이 외국산 터빈에 우리 기자재를 공급할 수 있도록 내재화 시키는 것이 산업 육성 측면에서도 중요한 이슈”라고 말했다.
김종화 한국풍력에너지학회 풍력산업발전전략위원장은 “우리나라는 지난 2011년 해상풍력 3대 강국의 포부를 안고 산업을 시작했으나 제도적, 정책적 지원 부족 등으로 인해 일본, 대만, 베트남 등에 역전당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은 여전히 한국의 공급망과 인적자원의 잠재력이 높다고 평가하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는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정책적 노력에 전력투구해야 하며 모든 공급망을 국산화 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을 통한 지원이 요구된다”고 전했다.
박지웅 두산에너빌리티 팀장은 “올해가 풍력 입찰 3년차인데 아직 과도기라고 본다. 입찰 제도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요인을 꼽자면 시장 물량에 대한 전망, 가격, 평가배점이다. 올해 처음으로 시장에 대한 전망이 포함됐다는 점이 눈여겨볼만 하다. 이런 시장 전망과 예측가능성이 앞으로 시장형성과 투자유치, 공급망 육성을 끌고 갈 수 있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본다. 아직 세부 평가방안이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지켜봐야 하지만 정책이 잘 운영돼 국산 활성화 방안에 기여할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도 지오뷰 대표는 “그동안 우리나라 해상풍력 시장은 해외 기업에 열린 시장이었다. 해외 기업에 기술 교류를 요청해도 해외 기업이 모든 것을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시장이었기 때문에 기술 협력을 받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한 현장을 개발하는 데 100여 개 공급망 기업이 필요한데 실제 일을 하는 중소기업들이 성장해야 산업이 육성된다. 이를 위해 국내 공급망 기업으로 위장한 외국계 기업을 어떻게 솎아낼 것인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남명우 산업부 재생에너지정책과장은 “통상 문제 소지가 있기 때문에 제도를 설계하는 입장에서 국내 산업 활성화만 담기는 쉽지 않다. 다만 해상풍력의 필요성은 모두가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어떻게 하면 산업을 활성화 할 수 있는지 방법들을 찾고 있다. 지난 2022년과 2023년 두 번의 입찰 결과에 대해 반성을 많이 했다. 가장 큰 문제는 업계와 전문가 간 소통이었다. 앞으로는 소통을 강화하려고 하고 있으니 정부가 이끄는 정책방향을 인내를 가지고 지켜봐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출처: 전기 신문 (https://www.electimes.com)